단독주택 셀프 이사 후기

2025년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이사를 했다.

정확히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이사가 진행 중이다.

작성을 시작한 오늘(15일)이 기존 집을 완전히 비우고 이사를 모두 마무리하는 날이자 집주인과 마지막으로 대면하게 되는 날이다.

새 집으로의 입주를 앞두고, 오래도록 살아서 정든 집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지금 조금 심란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을 좀 정리할 겸, 대략 3개월 전부터 오직 가족과 친지의 도움만으로 이사를 마무리한 후기를 써볼까 한다.


대강의 이사 견적


어디까지나 우리 집 기준이며 본인의 집 견적은 업체를 통해 알아보는 것을 추천.

이사비용 평균이며 잔짐이 많아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 있다고 했음.

포장이사 약 250 이상
반포장이사 약 210 이상


셀프이사를 선택한 이유


편리한 것으로만 따지자면 돈은 많이 들어도 (반) 포장이사가 압도적으로 좋겠지만, 우리는 포장이사 대신 셀프 이사를 선택했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사다리 차를 쓰거나 많은 인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고, 이번 이사는 가지고 있는 가구와 가전을 모두 버리고 나가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사전에 새 집에다가 새 가구와 가전 그리고 약간의 생필품 등을 어느 정도 채워놓은 상태라 내릴 수 있었던 결정으로,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들었다.

이사를 서두르려 한다면 사람을 많이 쓰는 것이 압도적으로 좋겠지만 단지 편리함 하나만을 보고 지출을 이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과소비라고 판단해, 불편해도 직접 하기로 했다.

타 지역으로 이사한다는 것


살게 될 집은 (부모님이) 자가로 마련한 집으로, 기존의 동네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타 지역에 위치한다.

다행스럽게도 입주 날짜를 정하고 집을 완전히 비우는 것도 우리 가족의 몫이었기 때문에 고속도로 개통일을 기다려서 최대한 늦췄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아무래도 톨비가 들어가겠지만 시간이 꽤 단축되어 여러 번 다녀도 덜 불편할 것이란 예측에서였다.

광고를 꽤 과장해서 한 건지 이동 시간이 약간 줄어들기는 했지만 10분 내외로 모두가 예상한 정도의 드라마틱한 시간 단축 효과는 없었고, 시간 단축과 돈을 맞바꾼 셈이었다.

계산해 보면 톨비로만 꽤 많은 돈이 들어갔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가 고속도로 개통일 한참 전인 5-6개월 전부터 미리 짐을 옮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가져다 두어서 남아있는 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자잘한 물건들이나 옷, 이불, 그릇 등이었다.

이외에 부피가 큰 물건들은 친지의 도움을 빌려서 트럭으로 옮겼고, 그렇지 않은 자잘한 물건은 오직 승용차 한 대에 실어서 옮겼다.

일단 큰 짐이 빠져나가니 정리하는 것이 더 쉬워지고, 방해요소가 없어졌을 뿐인데 속도도 붙어서 짐을 싸는 것 자체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사 내내 제일 힘들었던 것은 저런 것보다도 이동시간 내내 멀미를 한다는 것이나, 잔 짐이 많아서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도 짐을 싸고 거의 자지 못한 채로 새 집까지 이동해 짐을 날라야 했단 부분이다.

여러모로 셀프 이사를 하려면 체력이나 컨디션 관리도 필수라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쓰레기 처리하기


10년 이상 살아왔던 집에는 짐도 자잘하게 많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모를 쓰레기는 더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짐을 포장하는 일보다도 쓰레기 처리가 난감했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먹는 것부터 일상을 살아가는 내내 사람이 손대는 모든 것이 결국은 쓰레기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짜증 나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써왔던 물건들도 이사를 나가려고 하니 처치곤란 쓰레기로 전락했고, 나중에는 사용하던 밥상마저도 가져가기엔 필요하지 않아 폐기했다.

그 모든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몰라 대형 폐기물은 여기로 앱과 폐기물 스티커를 이용해서 버렸고, 남은 쓰레기는 모든 부분을 분해하고 분리수거해서 재활용 쓰레기로 버렸다.

대형 폐기물의 경우 여기로 앱을 이용했지만 폐기할 때 신청한 일자 이상으로 늦게 수거되는 바람에 길게는 일주일부터 짧게는 이틀까지 차질이 생겨 난감했다.

결국 담당자에게 전화 문의로 수거를 부탁드렸으나, 접수 자체를 아예 받은 적이 없단 듯이 뭘 자꾸만 물어보셔서 솔직히 화낼 뻔했다.

수거 시간은 새벽이나 아침 이른 시간인데 본인들이 다녀간 이후에 내놓으면 어떻게 수거할 수 있겠냐고 되려 나에게 따지듯 말씀하셔서 좀 언짢았다.

여기로 어플을 아무리 살펴봐도 수거 시간과 관련한 내용은 일체 적혀있지 않았고, 시간을 모르니 날짜라도 정확히 맞춰 배출했는데 좀 억울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폐기물을 처리한 후, 그다음에 내놓은 장롱은 예정된 날짜 하루 전에 미리 내놨다. 괜히 통화로 감정상 하기 싫고, 서로 불편할 상황은 만들기 싫었으니.

분명 지난번 통화에서 앞으로는 미리 내놓으라 하시길래 그 말대로 했지만, 이번에도 바로 가져가지는 않으셔서 또 하루 정도는 제자리에 계속 방치되어 있었다.

두 번에 걸쳐 쓰레기 소동을 겪으면서 느낀 거지만, 여기로 앱은 일상 속에서 가구/가전을 교체할 때는 요긴할 수 있지만 이사 직전 급할 때는 귀찮더라도  동사무소를 이용해 스티커를 발급받는 것이 처리가 빨랐으니 참고할 것.

그 외에는 마지막까지 사용한 이불 같은 것이 문제였는데, 그런 것들도 집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최대한 활용해서 모두 버리고 이사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이사한다는 것


나는 개 2마리 고양이 2마리 그리고 물고기를 키운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수의 동물을 키우다 보니 이사도 사람만 있는 가정과는 다르게 계획적으로 해야만 했다.

우선 어항은 이동하기 1-2주 전에 미리 새 집으로 옮겨 세팅까지 완전히 마무리해 생물이 바로 들어가도 지장 없는 상태를 유지해 두었다.

개와 고양이의 경우 미리 새 집으로 보내놓고 적응을 시키면서 자율급식 한다는 선택지도 분명 있기는 한데, 성격상 의존도가 높아 사람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분리불안으로 인한 소음 문제가 제일 걱정이었다.

하필이면 이사하는 동네가 평상시에 쥐 죽은 듯이 적막한 동네라 개나 고양이가 필요 이상으로 큰 소리를 내면 이웃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니 그런 상황은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 했다.

그래서 그냥 이사 일정이 끝나야 하는 마지막날 사람과 함께 한 번에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확히는 물고기와 고양이가 동시에 모두 이동하고, 개는 맨 마지막에 남은 짐과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집에 있는 승용차 한 대로 모든 걸 해결하니 차에 모두 싣거나 태우기 힘들고, 물고기의 경우 모두 열대어라 수온이 떨어지면 자칫 죽을 수도 있어 사실상 시간 싸움이었다.

여기서 팁을 적어보자면, 물고기는 마릿수를 파악하기 좋게 종류별로 나눠 생물봉투에 넣고, 호흡을 위해서 산소를 넣은 뒤 수온이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이동을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털이 달려있는 포유동물을 키우는 집은 셀프로 이사한다면 꼭 케이지를 사용하길 바란다. 아이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아서 맞는 사이즈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맞는 사이즈가 있다면 어떻게든 말이다.

케이지 없는 이동은 아이에게도 좋지 않지만 차 내부가 털이나 침, 발톱 자국과 먼지 등으로 오염되거나 손상되기 일쑤니까 자동차 소유주라면 단단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사 후기


셀프 이사는 어지간하면 안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금전적 여유만 뒷받침 된다면 가구원이나 짐이 많은 집은 사람을 써서 이사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뼈 저리게 느꼈다.

온 가족이 이사에만 매달려 있으니 이사 외에도 해야 하는 다른 일들이 잘 안 되는 느낌이었고, 다들 정신이 이사에만 쏠려있어 이사 내내 좀 예민했던 것 같다.

처음에 집을 비우기 위해 짐을 쌀 때만 해도 힘들고 막막하고 하기 싫은 마음만 잔뜩이라 그랬겠지만.

막상 이사를 하니 다들 가져온 짐을 정리하느라 2차로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시골에서 더 시골로 오게되어 전 집에서는 그나마 누리고 살았던 문명 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게 되어 불편한 점도 있고 완전히 고립됐단 생각이 들지만 살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 믿는다.


셀프 이사의 장단점


사람마다 체감하는 장단점은 다를 수 있지만 내 경험에 의한 장단점은 아래와 같다.

장점

돈이 비교적 덜 들어간다.
물건 분실이나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낮다.
스케줄에 덜 쫓겨 비교적 여유롭게 이사할 수 있다.
이사 절차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누군가와 마찰이나 트러블 생길 일이 없다.

단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모든 이사 과정을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을 쓰지 않아 이사 진행 속도가 느리다.
짐이 많을수록 전체적인 이사 난이도가 높아진다.
신경 쓸 부분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받는다.
동원되는 차량이 적으면 자주 이동해야 한다.


장단점을 잘 비교해서 포장/반포장 이사가 나을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셀프 이사가 나을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셀프 이사를 추천하는 경우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의한 추천이며 개인의 성향이나 일 처리 방식에 따라 다른 이사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개개인이 쓰는 물건의 수가 많지 않은 경우
귀중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
반려동물과 함께 이사해야 하는 경우
사용하던 물건의 대부분을 버리고 나가는 경우
이사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
이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경우
한 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이 아닌 경우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경우

셀프 이사 비용 총정리


우리 집은 되도록 적은 비용을 들이기 위해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이사를 마무리했다.

아래의 계산은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갔던 쓰레기 처리 비용과 유류비, 톨비 위주의 계산이며 총비용은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참고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쓰레기 처리 비용
트럭 대여(지인, 왕복 3번) - 36만 원
여기로 앱 / 동사무소 - 12만 원
대형 쓰레기봉투 (대략) - 5만 원 이상
= 추정 53만 원 이상

유류비/이동비
편도를 기준으로 계산한 대략적인 금액

LPG 가스 충전 - 최소 66만 원 이상
톨비 - 최소 7만 원 이상

= 추정 126만 원 이상

계산에 포함되지 않음
이삿짐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돈이 들어갔던 항목들

가전 구매 (김치냉장고, 냉장고, 티브이, 밥솥 등)
가구 구매 (선반류, 어항 받침, 옷장 및 서랍장 등)
각종 소품 구매 (매트류 등)
각종 소모품 구매 (박스, 테이프, 수리용 부속 등)
건물 인수 비용 (매매 비용 및 세금)
공사 및 수리비용 (보일러 수리, 배관공사 등)
동물 이동용 케이지 구매
점심 식대 (상황에 따라 변동 있었음)
생필품 구매 (생활용품, 욕실용품, 청소용품 등)
인테리어 용품 구매 (시트지 등)
기타